기다림을 기다림, / 강미정

기다림을 기다림,


강 미 정


  먼저 타려고 밀고 밀리는 기다림을 꾹꾹,
  누르며 몸 밀어 넣는
  몸 밀어붙이는 심야버스를 기다린다
  띠, 띠, 부저음에 걸리어 닫혀지지 않는 문처럼
  모든 기다림은 밀고 밀리며
  닫혀지지 않는 힘으로 달려가고 있다
  훅, 몰려오는 땀 냄새와 술 냄새와
  휘청거림과 꾸벅거림의 도가니 속으로
  밀고 밀리며 기다림의 맨 앞까지
  밀고 가야만 기다림은 온다
  한 쪽으로 기우뚱 쏠리는 굽은 길을 돌아
  굽은 길에서 또 몸 쏠리며 밀고 가는 기다림이여,
  기다리는 그 순간부터 다시 밀리기 시작하는
  기다림이여, 아직 내 결정권이 남아있는 
  모르는 나의 고통에로,
  모르는 나의 아픔에로
  가 닿을 심야버스를 기다린다
  띠, 띠, 부저음에 걸리어 닫혀지지 않을
  나의 기다림이 둥근 불빛을 달고
  몇 번이고 문 밖을 나와 서성이리라,
  밀고 밀리며 끝내 밀고가 모르는 기다림에 닿으리라,



- (강미정 시집) 상처가 스민다는 것, 천년의시작, 2003

by 流火™ | 2009/04/20 16:34 | 流火의 詩選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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